8. 과학자와 기독교

 

가. 과학과 종교적인 신념이 무관한가?

 

(1) 과학의 발달은 어떻게 볼 것인가?

 

토마스 쿤(Kuhn, Thomas)의 패러다임

미국의 과학 철학자 쿤은 대략 과학적인 활동이 수행되고 평가되기 위한 과학적인 업적의 한 기준으로 패러다임(paradigm)을 들었다. 간단히 역사적인 실례인 뉴턴의 패러다임을 들면 다음과 같다. 그는 이 패러다임에 ①기호적 일반화를 들고 있다. 모든 현상은 기호로 일반화  되어야 하고 수학적 등식으로 그 결과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②는 형이상학적 공약을 예정하였다. 예를 들면 자연은 질서 정연하며 모든 물질은 결정론적인 운동을 한다는 것을 가정하는 일 등이다. ③은 가치이다. 과학적인 상위의 가치기준이 있는데 이는 예측의 정확성, 결과측정의 가능성, 주체의 관찰가능성 등이다. ④는 범례이다. 이 모든 물리현상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범례가 존재하는 일이다. 이렇게 한 시대의 패러다임은 이론적 공식 뿐 아니라 그 공식과 조화로운 세계에 대한 전제, 그 공식이 어떻게 그 세계와 짜 맞추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공식들을 적합하도록 할 적절한 과정에 대한 전제와 그런 시도들이 성공적인지 그렇지 못한지 판단하는 준거들을 포함하고 있다.

쿤에 의하면 과학사는 이런 패러다임의 발전의 역사이다. 한 동안 이 패러다임에 맞는 과학적 이론은 수용되고 그렇지 않으면 배격된다. 과학자들은 대체로 패러다임에 의해 지시된 범주들과 용어들의 조건 내에서 다양한 현상들과 관찰들의 원인을 해석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 시대 과학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그 패러다임을 새로운 과학의 영역에 밀어 넣는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그 영역을 화장할 수 있으며 패러다임의 애매성을 명료히 하느냐에 있다. 한 동안 이 패러다임은 어떤 특유한 형태의 자료가 특히 중요하고 계시적인가를 알려준다. 따라서 과학적 사회는 그러한 특정 정보를 획득하려고 시도하게 된다. 또 이 패러다임은 아직 조사되지 않은 것들은 찾는 예언적 의미를 갖게 된다.

이렇게 하나의 학문 혹은 과학 사회가 같은 패러다임을 수용하고 공유하는 그 기간을 쿤은 정상과학(normal science)의 기간이라고 불렀다. 이 정상과학의 기간 동안 공유된 패러다임은 유관한 학문이나 과학사회(그 패러다임을 수용하지 않은 과학자는 사이비 과학자가 된다)를 규정하는데 기여하며 무엇이 적법한 과학적 문제이며 무엇이 그 문제에 수용 가능한 해답인지를 규정하며 탐구를 인도하고 새로운 노선의 연구를 제안하는데 기여한다.

때로는 실제 관찰 결과가 패러다임이 기대하도록 인도한 것과 상반되기도 한다. 패러다임이 창출한 기대에 반한 결과는 이변(anomaly)이다. 이변이 나타났을 때 과학자들은 어떻게 하는가? 쿤에 따르면 때로는 과학자들이 이변을 무시할 대도 있다. 또는 이변이 아님을 패러다임 내에서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이변이 명백한 사실이 되면 패러다임에 중요치 않는 위배사항으로 방치한다. 그러나 이런 이변이 많아지면 이 상황을 쿤은 위기상황(crisis state)라고 불렀다.

쿤은 위기상황은 3가지 방도 중 하나로 끝나는데 하나는 패러다임 영역 내에서 해결을 보는 경우와 해결을 보지 못하고 패러다임 내로 돌아가는 경우(학문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됨)와 마지막으로는 전 패러다임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되고 이를 중심으로 학문이 재조직되고 그 패러다임 내에서 과학이 수행되는 경우다. 이것은 쿤은 과학혁명이라고 불렀다. 한 혁명이 일어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전 패러다임이다. 새 패러다임은 반드시 전 패러다임을 수용하거나 대안적인 것이라야 한다. 그것도 없이 전 패러다임을 포기하는 것은 과학 그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쿤의 이런 과학관은 과학 내에 형이상학적인 그리고 가치적인 기준을 개입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하며 어떤 과학적인 업적이 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이 그의 패러다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2) 과학과 종교는 서로 독립적이라고 보는 견해

 

중세까지 과학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는 과학은 합리적 요소와 경험적 요소와 객관성을 지닌 것이므로 선험적이며 초자연적인 것을 믿는 기독교적인 신념과는 전혀 다른 울타리 안에 있으며 어떤 상호작용도 전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들은 서로 종속적일 수 없으며 독립적인 영역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과학은 물질적인 영역을, 그리고 종교는 영적인 영역을 다루기에 과학과 종교는 전적으로 다른 영역으로 보았다. 과학과 기독교는 동일한 사물을 대해서도 영역이 다르므로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서로 다른 영역을 인정하지만 타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나무에 대해 과학자는 생물학적 진술을 한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나무는 하나님의 피조물이라고 말한다. 이 진술들은 과학적인 진술만으로, 또는 종교적인 진술만으로 나무에 대한 모든 진리를 말하고 있지 않다 할지라도 전자는 과학적 수준의 진리이며 후자는 종교적 수준의 진리라고 인정한다. 그래서 이들은 상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서로 독립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종교적 그리고 과학적 설명은 각기 다른 수준에서 존재하고 서로 독립적이어서, 양자 모두가 제 수준에서 완벽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각 영역의 기술과 설명들은 서로 다른 논리적 형식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종교도 과학도 서로 침해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수준에 있기 때문에 갈등을 일으킬 어떤 공동의 장도 없게 된다. 실재에 대한 과학적 수준에서는 과학은 어떤 종교적 장벽도 만나지 않는다. 과학적 방법으론 그 수준에서 모든 사물들에 관한 궁극적인 답변이므로 종교적 진리는 과학의 내용과 무관하다. 과학은 과학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종교적 신념이나 설명들의 어떠한 도전도 받을 필요가 없다. 이처럼 과학이 무엇을 말하든 간에, 심지어 과학과 종교가 동일한 대상을 논의하고 있다 해도, 과학이 종교적 신념의 기초를 위한 어떤 의미도 지니지 않는다는 지식을 확실히 추론할 수 있다. 신학적 설명은 확실히 신학적 수준에 작용하며 그 수준에서 완벽한 주권을 행사한다. 그러므로 신학이 정당하게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을 지녔다고 계속 주장할 수 있음에도, 과학은 정당하게 인간을 기계로 간주할 수 있다. 대체로 물리세계의 모든 대상, 과정, 혹은 사건은 - 비록 그러한 모든 대상, 과정 사건들이 또한 하나님의 계획과 세계에서는 그의 활동으로 기술되어야 하지만- 완벽하고 충분하게 과학적 설명으로 제시 될 수 있다. (델라치, 김해진역,과학철학, p152.)

 

(3) 과학과 종교는 서로 배타적이라고 보는 견해

과학과 종교가 서로 딴 차원에 있으며 독립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반해 그들은 같은 차원에 있으며 서로 배타적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즉 과학적인 것은 종교적일 수 없고 종교적인 것은 과학적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과학이 발달하면 종교는 구석으로 몰려 설자리를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가) 종교적 신념은 과학적이지 않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구세주임을 믿는다." 이런 신념은 과학적인가 ? 어떻게 실증할 것인가? 이는 객관적인가? 이런 믿음은 합리적인 것인가? 종교적인 신념은 결코 과학적일 수 없다.

(나) 종교적 신념은 증명 불가능하다.

증명할 수 없는 신념은 과학적일 수 없다. 따라서 종교는 과학과 배타적이다.

(다) 종교적 신념은 증거에 의해 지지되지 않는다.

종교적인 신념은 아무 증거도 없으며 증거에 근거하지 않고 무엇을 믿는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과학적일 수 없다.

(라) 종교적 신념은 불필요하다.

과학에는 또는 과학적 진보에는 종교적 신념이 불필요하다. 과학은 한 때 종교적 신념에 정복당하고 있던 영역을 점차 회복해 가고 있다. 아담은 하나님의 진노로 천국에서 쫓겨나서 설자리가 없었는데 과학이 점차 그 설자리를 회복해 가고 있다.

 

(4) 과학은 기독교적인 개념의 틀을 필요로 한다.

과학은 기독교정신에 대항하는 효과적인 무기가 아니며 오히려 과학의 본질적 성격은 철학적 관점에서 기독교정신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과학은 엄격히 주관의 개입을 배격하지만 과학을 발전시켜 온 사람들은 각자의 세계관을 가지고 사물을 인식해 온 주관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성도 있고 감정도 있는, 개개의 살아 있는 인간이,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이루어 나가는 지적인 영위로서의 과학이 있어왔다.

우선 기독교적인 개념이 직접적으로 과학 사상의 형성이나 과학 이론의 구축에 관여한 역사적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고자 한다. 언뜻 생각하면 자연과학이라는 것은 지극히 실증적인 경험과학이기 때문에, 연구자는 자신의 주관이 개입하지 않도록 주의하여, 모든 편견과 선입관을 없애고 자연을 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객관적인 관측과 실험에 바탕하여 이론이라든가 법칙을 찾아가는 것이 올바른 과학의 방법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적인 문제에서 그와 같은 일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실 그것으로는 어떤 이론이나 법칙도 태어나지 못한다.

갈릴레이나 케플러가 이 우주를 "수학의 언어로 쓰여진 책"이라고 하는 강력한 선입관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전통적으로 우주를 보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스콜라학적인 선입관을 극복하여 수학적, 근대 과학적인 여러 법칙을 발견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동물의 심장 및 혈액의 운동에 관한 해부학적 연구(1628)」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하비 (Harvey, William, 1578.4.1~1657.6.3)의 혈액이 순환한다는 이론은 실험이나 관찰로부터 태어난 것이 아니라 「대우주」로서의 우주와 「소우주」로서의 인체가 대응하고 있다는 신념에 의거한 것이다.

영국의 왕실 시의로 근무한 길버트(Gilbert, William, 1544.5.24~1603.12.10)는 1600년 「자석에 관하여」라는 저서를 출판했는데 여기서 그는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자석이라는 사실을 주장한 동시에 지구와 달 사이에도 자석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것도 실험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의 우주관에 기인한 것이다. 이 생각은 케플러에 이어져 밀물과 썰물이 생기는 것도 달이 해수에 미치는 이와 같은 힘이라고 생각했었다. 이것이 뉴턴의 만유인력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생각된 것은 그가 이 자력이 만유 인력과 같지 않다는 것을 프린키피아에서 분명히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과학의 새로운 이론, 새로운 법칙의 발견은 흔히 과학 이외의 것으로부터 빌어온 개념을 틀로 삼아 착상되거나 구축되어 왔다. 그래서 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 개념을 가리켜 「개념의 틀(conceptual framework)」이라고 부르는 일이 있다. 이런 개념의 틀은 그에 의해서 착상한 학설이 일단 과학상의 이론이나 법칙으로 인정될 무렵에는 모습을 감추어버리는 일이 많다. 그러므로, 무엇이 「개념의 틀」 노릇을 했는지 그 후에 밝혀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새로운 이론의 형성이나 법칙의 발견에 즈음하여 그 배후에 「개념의 틀」의 작용이 존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 그와 같은 「개념의 틀」로서 기독교적인 개념이 사용된 경우가 당연히 있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한 개념을 말할 수 있다. 고대에 아리스토텔레스나 프톨레마이오스는 우주는 유한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주를 창조한 하나님의 속성이 무한이었으므로 우주는 무한하다는 생각에 적극적인 의미와 가치를 두게 된 것도 그 중 하나이다. 뉴턴은 운동, 시간, 공간을 연구할 때 인간의 감각을 초월하는 「절대적인 시간」, 「절대적인 공간」이라는 사상에 도달했는데 이것도 절대자로서의 하나님의 존재를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최초의 원리」라고 하는 것은 「자연은 낭비를 하지 않는다」라고 표현된 고대 그리스 시대로부터 20세기에 걸쳐 잘 알려진 매우 수명이 긴 과학 사상의 하나인데, 17세기 전반에는 그것이 하나님에 이해서 만들어진 자연은 가장 경제적으로 운영되게 되어 있다고 하는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 사상에 바탕하여 광학이나 역학 상의 많은 법칙이 발견되어 왔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도 예외는 아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힘」은 인간이나 자연이 만들어낼 수도 소멸시킬 수도 없다는 사고방식이 강력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와다나베 마사오, 오진곤역, 과학자와 기독교, p150)

그렇다면 기독교는 과학발전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17세기의 프로테스탄티즘은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과학발전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했다고 할 수도 있다.

1) 자연의 연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솜씨를 보다 깊이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하는 프로테스탄트의 신념.

2) 하나님의 솜씨에 대한 깊은 이해는 하나님의 지혜와 힘과 선을 찬미하기 위해서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견해.

3) 감정으로 치닫는 것을 억제하고, 이성을 좇아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중요시하는 프로테스탄트의 이성주의.

4) 이 세상의 모든 실무를 올바르게 처리하기 위해서 불가결한 것으로서의 경험주의의 중시.  (와다나베 마사오, 오진곤역, 과학자와 기독교, p141)

 

(5)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 과학의 발달사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시고 이 피조물인 인간이 과학을 발전시켜왔다. 즉 하나님에 의하여 시작되고 하나님에 의하여 종지부기 찍혀질 이 우주의 역사적인 시간 속에서 특정 시기에 특정 장소에서 삶을 누린 사람들의 영위로서 과학이 태어나고 또 발전해 왔다. 이들은 모드가 추상적인 이성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마음도 있고 신체도 있으며, 기쁨과 슬픔을 맛보면서, 그리고 그 대부분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지니면서 과학이라는 지적 영위에 종사해 왔다. 초기 근대과학이라고 일컬어지는 놀라운 과학의 발전이 있기 전에도 그들은 이미 그 가능성을 믿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것은 우주가 하나님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임을 확신하고, 우주는 이해할 수 있는 「제2의 성서」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이해하는 일, 또 그 내용을 사람들에게 해명해 보이는 일은 하나님의 훌륭한 솜씨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길이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이라고 확신하며 과학의 연구에 종사했다.

그러나 과학의 그 후의 발전, 과학과 기술이 결부하여 태어난 새로운 과학기술과 그 발달은, 우주와 자연의 과학적 해명과 그 응용에 관한 인간의 장밋빛 전망과 낙천적인 기대를 충족시켜 줄만한 것으로는 되지 않았다. 여기에다 또 진화론과 같은 과학이론의 출현이 추격을 가해왔고, 또 산업이나 국가 권력에 결부되어 거대한 힘이 되어버린 과학기술의 출현이 오늘날 우리를 커다란 회의와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과학과 과학기술을 신앙적인 면으로부터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연구에 종사했던 과거의 과학자들, 또 그 협력자들의 생애와 활동은 부질없이 살아져가고 있다. 이제는 눈덩이처럼 거대해진 과학의 힘은 그 방향을 잃고 장님처럼 굴러가고 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창조한 세계와 그 종말을 더 이상 믿지 않고 나아갈 길을 잃은 것이다. 성서의 마가복음 5장에는 더러운 악령 들린 사람이 무덤에서 살고 있었는데 쇠고랑도 쇠사슬도 부수어 버리고 소리를 지르고 돌로 자기 몸을 찧고 있었다는 기사가 나온다. 예수께서 악령을 내어쫓자 귀신들이 2,000마리의 돼지 떼에게 들어가 몰살됐는데 그러자 악령 들린 자는 옷을 바로 입고 멀쩡한 정신으로 앉아 있었다 라고 쓰고 있다.

현대의 과학이 인간을 무기물로부터 진화한 고등 동물로 추락시키고 인간 복제를 하며 창조주 없는 우주를 만든다면 과학은 악령 들린 무덤 가의 공포의 대상인 괴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과학은 악령이 살아진 자처럼 다시 말짱한 정신을 가진 모습으로 회복될 수는 없는 것일까?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에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자리 잡고 더 낳은 가치를 향해 과학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할 것 같다.

 

 

나. 기독교 과학자

 

(1) 뉴턴(1642.12.25~1727.3.20)

영국의 물리학자 ·천문학자 ·수학자 ·근대이론과학의 선구자. 주요저서에는 《광학》(1704)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1687) 등이 있다.

뉴턴은 잉글랜드 동부 링컨셔의 울즈소프에서 1642년 크리스마스 날 출생했는데 아버지는 2개월 전에 작고했고 나약한 조산아로 태어났다. 3세 때 어머니는 가까운 마을의 교구장과 결혼하여 할머니 밑에서 외롭게 자랐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초창기에 자신의 죄목록을 낡은 수도사가 하는 것처럼 공책에다 다 적기도 했다고 한다. 이 죄목에는 자주 기도하지 않은 죄, 교회에 참석하지 않은 죄, 더러운 말이나 생각이나 행동이나 꿈 같은 것을 꾼 죄들도 다 포함했다. 그에게 청교도의 혈통이 뿌리 깊이 박혀 있어서 그랬겠지만 외롭게 자란 내성적인 젊은이가 처한 시대와 환경이 그렇게 했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는 평생 신학에 관심을 보였으며 성서의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고대사 해석을 검증하고, 천문학적 고찰을 첨가해 연대기를 작성하였다(The Chronology of Ancient Kingdoms Amended; 1728). 또한 다니엘과 요한의 묵시록에 대한 연구(Observation Upon the Prophecies of Daniel and the Apocalypse of St. John; 1733)도 있었는데 이 성서 연구는 삼위일체설을 부정하는 입장이어서 당시에 그런 사실이 알려졌더라면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자리에서 추방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며 50대 후반에 취임한 조폐국 장관직도 면직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뉴턴은 그러한 이단적인 신학사상을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꼭꼭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저서들은 그의 사후에 출판된 것이다.  평생을 독신으로 보냈으며, 런던 교외의 켄징턴에서 죽었다. 장례는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거행되고 그 곳에 묻혔다. 그의 묘비명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경은, 신의 그것과도 같은 정신력에 의하여 행성의 운행, 혜성의 궤도의 형상, 해양의 조석을, 경 스스로 발견한 수학에 의하여 처음으로 밝혔으며, 일찍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있던 광선의 본성을 발견하였다. 경은 또 자연, 고대사, 성서에 관해 세밀하고도 예민, 확실하게 해명하여 만능의 신이 존재하심을 철학적으로 증명하였다. ....인간이 신 곁에 이토록 가까이 있다는 것은 실로 우리의 큰 기쁨이 아니고 무엇이랴....(오승재 편역, 수학의 천재들, p.273)

 

그토록 많은 업적을 남기고 세상을 뜬 그가 말년에 남겼다는 다음과 같은 말은 유명하다.

 

나는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자신이 오직 해변가에서 놀고 있는 어린애로 비칠 뿐이다. 아직도 발견되지 못한 큰 대양이 내 앞에 누워 있는데 매끄러운 조약돌이나 보통 것보다는 더 예쁜 조개껍질을 찾으며 기분풀이를 하고 있는 어린애와 같다.

 

이런 생각은 자기는 하나님께서 예정해 놓으신 질서를 몇 개 발견해 낸 것에 불과하다는 신앙의 고백과도 같은 것이다. 그의 유명한 저서 프린키피아에서도 시간과 공간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감각으로부터는 독립된 무한하고 균일하며 연속적인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이어야 한다는 착상도 영원하고 보편적이며 부동한 절대자로서의 기독교의 하나님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프린키피아 제2판(1713)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일반적 주해」라는 항목이 새로 첨가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뉴턴이 하나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요지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참으로 아름다운 태양과 행성과 혜성의 체계는 지혜와 힘으로 충만하신 존재자의 계획과 지배에서만 태어날 수 있다. ...그는 영원하시고 무한하시며 전능하고 전지하시다. 즉 그의 지식은 영원에서 영원으로 걸쳐지고, 그의 존재는 무한에서부터 무한에 미친다. 그는 모든 사물을 지배하시고 무릇 존재하는 것, 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아신다....지고하신 하나님이 필연적으로 존재하신다는 것은 모든 것에 의해서 인정된다. 그리고 이 필연성에 의해서 그는 항상 이렇게 어디에든지 빠짐없이 존재하신다. ....우리는 하나님의 본질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를, 그의 참으로 현명하고 뛰어난 사물의 구조와 궁극인(窮極因)에 의해서만 알 수 있다. ....사물의 현상에 바탕하여 하나님을 논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자연철학에 속한다.....(와다나베 마사오 저, 오진곤 역, 과학자와 기독교, p 100)

 

뉴턴은 또 「나는 가설을 만들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의 책에는 가설을 당당하게 설정하고 있다. 또 과학은 가설 없이 전개해 나갈 수가 없다. 따라서 그가 「가설을 만들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은 「나는 가설을 날조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즉 하나님께서 예정해 놓은 것을 빌어 쓴 것이며 없는 것을 만들지 않았다고 해석해야 옳을 것이다. 또 「광학」이라는 저서 가운데에서도 원자라는 것이 마모되거나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할 때에도 "하나님 자신이 최초로 창조하실 때에 하나로 만드신 것을 보통의 능력으로써 분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학에서는 1665년 이항정리(二項定理)의 연구를 시작으로, 무한급수(無限級數)로 진전하여 1666년 유율법(流率法), 즉 플럭션법을 발견하고, 이것을 구적(求積) 및 접선(接線) 문제에 응용하였다. 이것은 오늘날의 미적분법(微積分法)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성과를 1669년에 논문 <De analysi per aequationes numero terminorum infinitas>로 발표하였다.

뉴턴의 최대 업적은 물론 역학(力學)에 있다. 일찍부터 역학 문제, 특히 중력(重力) 문제에 대해서는 광학과 함께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구의 중력이 달의 궤도에까지 미친다고 생각하여 이것과 행성(行星)의 운동(이것을 지배하는 케플러 법칙)과의 관련을 고찰한 것은 울즈소프 체류 때 이루어 졌다고 한다. 1670년대 말로 접어들면서 당시 사람들도 행성의 운동중심과 관련된 힘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수학적 설명이 곤란해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는데, 뉴턴은 자신이 창시해낸 유율법(流率法)을 이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확립하였다.

1687년 이 성과를 포함한 대 저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가 출판되었으며, 이로써 이론물리학의 기초가 쌓이고 뉴턴 역학의 체계가 세워졌다. 3부로 된 이 라틴어 저서는 간단한 유율법의 설명에서 시작하여 역학의 원리, 인력의 법칙과 그 응용, 유체(流體)의 문제, 태양행성의 운동에서 조석(潮汐)의 이론 등에 이르기까지 계통적으로 논술되어 있다. 또 방정식론 등의 대수학(代數學) 분야의 여러 업적은 《Arithmetica universalis sive de compositione et resolutione arithmetica liber》(1707)로 간행되었다.

근대과학 성립의 최고의 공로자이며, 그가 주장한 ‘자연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 운동하는 복잡하고 거대한 기계’라고 하는 역학적 자연관은 18세기 계몽사상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2) 파스칼(Blaise Pascal;1623 -1662)

프랑스의 수학자 ·물리학자 ·철학자 ·종교사상가이다.

오베르뉴 지방의 클레르몽페랑 출생. 3세 때 어머니와 사별하고 소년시절에 아버지를 따라 파리로 왔다. 학교교육은 받지 않았으나 독학으로 유클리드기하학(幾何學)을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16세에 《원뿔곡선 시론(試論)》을 발표하여 당시의 수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사영기하학(射影幾何學)에서 나오는 《파스칼의 정리》는 이 시론에 포함되어 있다. 1604년 아버지와 함께 루앙으로 옮겨, 세무장관이던 아버지가 하는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계산기를 고안, 시작(試作)하였다.

루앙에 있을 때 얀센주의의 신앙혁신운동(信仰革新運動)에 접하여 최초의 회심을 경험하였으며, 같은 시기에 토리첼리의 실험을 행한 이래, 진공(眞空)에 관한 문제, 유체정역학(流體靜力學)에 관한 문제에 흥미를 가졌고, 마침내 《진공에 관한 신 실험(新實驗)》을 발표하였다. 1647년 질병의 진단을 받기 위해 파리로 돌아와, 그 무렵 귀국 중에 있던 R.데카르트의 방문으로 서로 만나게 되었다. 이듬해 처남 페리에에게 부탁한 퓌드돔 산정(山頂)의 실험에 의해 대기의 압력을 확인하였다.

1651년 아버지가 죽은 후 여동생 자클린이 포르 루아얄 수도원으로 들어간 것과는 달리, 파스칼은 로아네스공(公), 슈발리에 드 메레 등과 친교를 맺고 사교계에 뛰어들어 인생의 기쁨을 추구하였다. 노름에서 딴 돈을 공정하게 분배해주는 문제에서 확률론을 창안하여, 《수 삼각형론(數三角形論)》 및 그 《부대논문(附帶論文)》을 썼다. 파스칼은 이 논문으로 수학적 귀납법의 훌륭한 전형(典型)을 구성하였으며, 수의 순열 ·조합 ·확률과 이항식(二項式)에 대한 수 삼각형의 응용을 설명하였다. 또 물리실험의 결과를 《유체의 평형》 《대기의 무게》라는 두 논문으로 정리하였다. 초등 물리학에서 나오는 ‘파스칼의 원리’는 《유체의 평형》 속에 포함되어 있다.

1654년 여름부터 사교계에 대한 혐오감이 점점 싹텄고, 11월 23일 깊은 밤, 결정적인 회심의 환희를 체험하였다. 그는 달리던 말이 다리 난간으로 뛰어들 때 수레의 끈이 기적적으로 끊어져 생명을 구한 일이 있었다. 그는 이 사건을 작은 양피지에 써서 가슴에 간직하고 충성스럽게 종교적인 명상의 길로 돌아설 것을 명심하고 포르 루아얄 수도원의 객원(客員)이 되었다. 이 점은 수녀인 여동생 자클린에게서 입은 감화가 컸다고 한다. 이곳에 있을 때 《죄인의 회심에 대하여》 《초기의 그리스도 신자와 오늘의 그리스도 신자의 비교》 《요약(要約) 예수 그리스도전》 등을 썼다.

1658년에 단 한 번 수학으로 돌아섰는데 치통을 앓고 있으면서 잠깐 기하학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른 일이 있었다. 이 때 신통하게 치통이 멎었기 때문에 신의 섭리라고 생각하여 8일간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느라 온갖 노력을 경주하였다. 이 때 쓴 것이 그 해에 낸 사이클로이드에 관한 기하학적인 설명이었다. 그 해에 사이클로이드 문제를 해결하고 적분법(積分法)을 창안해 냈다. 《사이클로이드의 역사》 《삼선형론(三線形論)》 《사분원(四分圓)의 사인론[正弦論]》 《원호론(圓弧論)》 《사이클로이드 일반론》 등 일련의 수학논문 속에 그 이론이 나타나 있다. 그 외에도 《기하학적 정신에 대하여》 《설득술(說得術)에 대하여》 《질병의 선용(善用)을 신에게 비는 기도》 등의 소품을 쓴 것도 그 무렵의 일이다.

파스칼은 무신론자들에게 복음을 변증하는 《그리스도교의 변증론(辨證論)》의 집필에 착수했다. 그러나 그의 건강이 다시 악화되었다. 그는 집필 중이던 원고를 완성할 수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도 없는 채로 수년 후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후 그의 근친과 포르 루아얄의 친우들이 그 초고를 정리 ·간행하였는데, 이것이 《팡세 Pansee》의 초판본(1670)이다. 팡세 즉 명상록에 기록된 격조 높은 유명한 문장의 일부를 들어본다.

 

인간은 한 줄기의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 중에서도 가장 연약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그를 짓눌러 찌그러뜨리는 데는 온 우주가 무장할 것까지도 없다. 한 줄기의 수증기, 한 방울의 물이 그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찌그러뜨리더라도, 인간은 그를 죽이는 자보다 더 고귀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가 죽는다는 것과 우주가 그를 초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주는 그런 일들을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와다나베 마사오 저, 오진곤 역, 과학자와 기독교, p 118)

 

뉴턴의 신학적 사고가 과학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면 파스칼의 과학적 사고는 신학에 영향을 미친 사례라고 볼 수도 있다.

 

종합정리

1. 미국의 과학 철학자 쿤이 과학의 발전은 패러다임의 변천사라고 말했을 때 이 패러다임은 무엇을 말하는가?

2. 기독교는 과학 발전에 기여했다고 보는가? 그 이유를 말하라.

3. 뉴턴의 종교적 세계관은 과학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4. 파스칼의 신앙과 과학적인 업적을 정리해서 말해보라.